[안정효의 Q-English]같은 개념 중복하는 ‘꽁치빵치 두운법’ | ||
입력: 2008년 06월 04일 15:29:44 | ||
토마스 만의 중편소설이 원작인 ‘베네치아에서의 죽음(Death in Venice)’에서 아셴바하 교수(더크 보가드)에게 친구가 음악의 화음(chord)에 대해서 예술적으로 설명한다. “You have before you an entire series of mathematical combinations, unforeseen and inexhaustible. A paradise of double meanings in which you, more than anyone else, romp and roll about like a calf in clover.”(자네 앞에서는 예견하지 못했던 무한정의 수학적 조합의 총체가 통째로 전개되지. 두 가지 뜻으로 해석되는 이중적인 의미로 넘치는 이 낙원에서 자네는 토끼풀 들판의 송아지처럼 어느 누구보다도 더 즐겁게 뛰놀겠고.) 참으로 난해한 관념적 설명이기는 하지만, 밑줄 친 부분에서 romp는 장난꾸러기나 말괄량이 청소년이 시끄럽게 ‘뛰놀다’라는 의미고, roll은 ‘뒹굴다’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이 두운적 표현은 한 단어처럼 굳어버렸기 때문에 쓸 때도 늘 함께 쓰는 버릇을 들여야 한다. be (또는 live) in the clover는 “호화롭게 산다”는 뜻의 비유(比喩)다. “제철을 만나다”라는 우리말 표현도 잘 어울릴 듯 싶어서, 위 예문의 경우에는 “제 세상을 만난 송아지”라고 해보면 어떨까 싶다. 우리말로 이해하거나 번역하는 방법에서는 이렇게 자신만의 색다른 표현을 만들어내는 실험도 크게 도움이 된다. 영어로 글쓰기의 비유법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두 가지 종류는 metaphor(隱喩, 暗喩)와 simile(直喩, 明喩·‘시밀리’라고 발음)다. metaphor는 ‘왕과 나(The King and I)’에서 율 브리너와 춤추며 데보라 카가 부르는 노래에서 “Shall we dance on a bright cloud of music?”(우리 눈부신 음악의 구름 위에서 춤출까요?)라는 대목에서처럼 A와 B를 은근하게 비유하는 기법이고, simile는 첫 예문에서처럼 like(~와 같이)나 as(~하듯이) 따위의 연결어를 넣는 방법을 가리킨다. 그러니까 최희준의 노래에서 “인생은 나그네길”이라고 직접 비유한 대목은 metaphor고, 이것을 “나그네길 같은 인생”이라고 약간 조심스럽게 한 발자국 물러나서 표현하면 simile가 된다. 다시 두운 얘기로 돌아가자면, ‘쿤둔(Kundun)’에서 달라이 라마는 티베트를 침공한 중국군을 피해 망명길에 오르기를 거부하며 “My first and foremost duty is to protect my people. I am going back”(나에게는 나의 백성을 보호하는 일이 최우선의 의무다. 난 돌아가겠다)이라고 말하는데, 두운이 강조 효과를 내는 first and foremost라는 표현도 ‘베네치아에서의 죽음’에 나오는 romp and roll처럼 한 단어로 기능한다. romp and roll이나 first and foremost. 그리고 그보다 앞서 살펴본 one and only와 forgive and forget은 and를 가운데 넣고 두운으로 균형을 잡은 흔한 표현으로서, 그 모양이 꼭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꽁치빵치(seesaw)를 하는 아이들처럼 다정스러워 보인다. 그리고 first and foremost에서처럼, 널뛰기 표현은 같은 개념을 중복시키며 점증시켜 나름대로의 리듬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foremost는 fore(앞)에서도 most(가장) 앞이어서, first라는 말을 증폭시키는 기능을 한다. 이렇게 한 단어처럼 굳어버린 흔한 꽁치빵치 표현 중에는 safe and sound(아무 탈 없이, 무사하게)도 활약이 크다. 예를 들면 ‘아프리카의 여왕(The African Queen)’에서는 독일군을 피해 낡아빠진 배로 마을을 벗어나며 험프리 보가트가 캐서린 헵번을 안심시킨다. “So far so good. Here we are safe and sound, you might say.”(여기까지는 꽤 좋았어요. 여기서라면 안전하니까 안심이 된다고 하겠죠.) ‘젊은이의 양지(A Place in the Sun)’에서도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과속운전을 하다가 경찰을 따돌리고 숲길로 들어가 숨은 다음 겁을 내는 몽고메리 클리프트를 “Oh, safe and sound”라며 안심시킨다. safe and sound와 비슷한 표현으로는 in one piece도 있다. 우리나라에서 나온 사전들을 찾아보면 이것을 “이은 데가 없이”라고 풀이했는데, 실제 문장에서 이 표현이 그런 의미로 쓰인 예를 필자는 아직 본 적이 없다. in one piece는 위험한 모험을 하러 길을 나서거나 전쟁터로 떠나는 사람들에게 흔히 하는 말로서, 퍽 처참한 의미가 담겼다. return in one piece라고 하면 지뢰나 포탄 때문에 몸이 갈기갈기 찢어져서 여러 토막으로 귀국하지 말고, 상처 하나 없이 몸뚱어리 “한 덩어리가 통째로 말짱하게” 돌아오라는 말이다. 두운법은 일상적인 회화에서 재치를 부려 사람들을 웃기기 위해서도 자주 동원된다. ‘브로드캐스트 뉴스(Broadcast News)’를 보면 민완기자 앨버트 브룩스가 요령에만 익숙한 앵커맨 윌리엄 허트를 파티에서 만나 말솜씨를 부린다. “Pretty peppy party, isn‘t it pal?”(무척 흥겨운 파티 아닌가, 이 친구야.) peppy는 peptic과 마찬가지로 pep(원기·기력)이 새끼를 친 단어다. 여기에서의 ‘원기’는 지구력이나 근력하고는 좀 거리가 멀어서, 일시적으로 팍 튀는 그런 힘을 뜻한다. 회사 직원들이 절망감에 빠져 있거나 할 때 삼겹살이라도 사며 사장이 “기운내라”고 한마디 격려의 말을 한다면, 그것은 pep talk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Pepsi Cola의 이름이 무엇을 암시하는지도 쉽게 짐작이 가리라고 생각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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