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효의 Q-English]재치와 재미가 묻어나는 말 솜씨 | ||
입력: 2008년 06월 18일 13:55:35 | ||
quip을 하는 사람, 즉 quipster가 무엇인지 알고 싶어 사전을 찾아보면 “잘 비꼬는 사람” 또는 “기발한 말을 잘 하는 사람”이라고 한다. 알 듯 모를 듯, 사전에 나오는 설명들은 이렇게 별로 크게 도움이 되지를 않는다. quipster에 대한 정의는 ‘007은 두 번 산다(You Only Live Twice)’에 나온다. 긴 여행 끝에 방금 도착해서 잔뜩 지친 신무기 제작자가 귀찮게 농담을 걸어오는 007에게 짜증을 부린다. “I’m in no mood for your juvenile quips.”(난 자네의 어린애 같은 말장난을 받아줄 기분이 전혀 아냐.) 능글맞게 슬그머니 약을 올리는 숀 코너리의 ‘말장난’에서 나타나는 성격을 미루어 짐작하면 quip의 속성이 무엇인지 웬만큼 이해가 가리라는 생각이다. 예문에 나오는 juvenile(어린애 같은)은 childish보다 연령층이 조금 높다. 고무줄 끊어버리기나 ‘아이스께끼’는 childish prank에 속하지만 juvenile delinquency는 “청소년의 범죄(나 비행)”를 뜻한다. ‘청소년’은 ‘어린애’보다 나이가 많다. juvenile delinquency는 대단히 어려워 보이는 말이지만 널리 사용되는 표현이니까 잘 알아두기 바란다. 청소년 비행을 자주 저지르다가 더 나이를 먹으면 강력계로 끌려가는 신세가 되기 쉬운데, 우리나라 경찰에서는 ‘강력계’를 serious crime이라는 초보영어로 흔히 표현한다. 진짜 영어로는 homicide(살인계)다. 그러면 이제부터 사람들이 quip하는 솜씨를 두루 살펴보기로 하자. 지그문트 롬버그의 오페레타를 뮤지컬로 만든 ‘황태자의 첫사랑’에서 에드먼드 퍼돔 왕자가 평민 학생들의 합창단에 들어가자 워낙 걱정이 많은 신하가 개인교수 에드먼드 궨에게 수선을 부린다. “But you permit His Highness to contaminate himself with the rabble.”(하지만 당신은 전하께서 천민들과 어울려 오염이 되도록 그냥 내버려 두잖아요.) 궨 교수가 태연하게 quip한다. “When His Highness retires tonight, Lutzy, you can burn his clothes and fumigate him.”(오늘밤 전하께서 잠자리에 들고 나면 말일세, 럿찌, 전하의 옷을 모두 태워버리고 몸은 훈증소독을 하게나.) ‘훈증소독’이라니? 필자는 그 단어를 70이 다 된 평생에 지금 처음 접했고, ‘훈증(薰蒸)’이 “유독 가스를 발생시켜 병균 및 해충을 죽임”을 뜻한다는 사실도 방금 ‘국어대사전’을 찾아보고서야 알게 되었다. 하지만 흔히 알려진 바와 같이 ‘연막소독’이라거나, ‘연기소독’이라고 했다면 훨씬 쉽게 사람들이 알아듣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불을 때면 피어오르는 보통 ‘연기’는 smoke다. smoke가 fog(안개)와 결합하면 smog(매연)라는 새로운 단어가 된다. 그렇다면 smoke를 오염시키는 fog는 나쁜 안개일까? 그런 것 같다. 항해를 하는데 방해가 되는 거추장스러운 안개는 fog이고, 그래서 선박들이 오리무중에서 충돌을 피하려면 서로 위치를 알리기 위해 foghorn(霧笛)을 울린다. 그렇다면 좋은 안개는 없나? 있다. 새벽 호숫가의 물안개나 계곡의 골안개처럼 낭만적이고 시적인 안개는 mist라고 한다. 다시 ‘연기’ 얘기로 돌아가자. smoke는 gas(기체)다. 그리고 기체(氣體) 가운데 성질이 유독성이거나 냄새가 짙은 gas를 fume이라고 한다. 자동차의 배기가스(exhaust gas)도 fume에 속한다. fume은 perfume(향수)에서도 진한 냄새를 풍긴다. ‘황태자의 첫사랑’에 나오는 단어 fumigate는 fume의 움직씨꼴이다. 그러니까 ‘연기소독’이라고 해도 좋겠다는 생각이다. fumigate하는 차량인 fumigator도 우리는 그냥 ‘소독차’라고 한다. 여름에 골목골목 연기를 뿜고 돌아다니면 동네 아이들이 깔깔거리며 연기를 쫓아다니는 ‘방역차’가 영어로 fumigator다. 그러면 ‘황태자의 첫사랑’ 예문은 어째서 quip인가? 신하가 contaminate라고 했을 때는 천민들과 어울려 다니면 그들의 천박한 언행과 습성이 황태자를 정신적으로 그리고 무형적으로 ‘물들인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궨 교수는 그 단어를 (참뜻을 알면서도 일부러 오역하여) ‘오염시키다’라는 고지식한 의미로 구사하여, “전하를 훈증소독하자”고 농담을 한 것이다. 정신적 오염을 제거하기 위해 몸을 소독한다는 발상이 웃긴다. 재치있고 재미있는 표현을 이렇게 한없이 길게 설명하고 나면 재미가 하나도 없어진다. 하나 quip은 일종의 언어적 순발력이다. |
--- English ---/Have a F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