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효의 Q-English]‘싸구려 계집’과 ‘물컹물컹한 놈’ 둘다 Tomato | ||
입력: 2008년 07월 02일 14:49:56 | ||
세실 B. 드밀 감독의 대작 곡마단 영화 ‘지상 최대의 쇼(The Greatest Show on Earth)’에서 장군 차림의 라일 베트거는 코끼리를 타고 함께 공연하는 사이에 글로리아 그레이험에게 “내 마음에 불이 붙었다”는 말로 사랑을 고백한다. 그레이험이 재빨리 quip한다. “Well, simmer down, General, before you melt your mettle.”
simmer는 물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말이지만, 같이 쌍자음으로 받는 비슷한 모양의 단어 sizzle은 기름이 “지글지글 끓는다”는 뜻의 의성어다. 이렇게 모양이나 의미가 비슷한 단어들을 무더기로 엮어서 외우면 어휘력과 문장력을 키우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무더기로 단어를 배우는 첩경은 어떤 단어 하나를 찾아볼 때, 사전에서 이왕 펼쳐놓은 두 쪽을 소설처럼 읽어내려가는 방법이다. 사전을 소설처럼 읽는 습성은 공부를 즐거움으로 전환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다시 예문으로 돌아가서, 문장의 뒷부분 melt your mettle을 보자. 물론 두운법이다. mettle은 metel(=metal)의 변형으로서, put on one’s mettle(철갑을 두르다)은 “용기백배하다”라는 의미가 된다. high-mettled(혈기왕성한)나 a man of mettle(기개 높은 사람)도 널리 쓰이는 표현이다. 같은 영화에서 베티 허튼에게 청혼을 하려고 코넬 와일드가 여성 단원들이 숙소로 쓰는 트레일러로 들어가자 허튼이 기겁한다. “What are you doing in no man’s land?”(당신 금남구역에서 뭐하는 거예요?) no man’s land는 생긴 모양을 고지식하게 보면 “금남(禁男)의 땅”이다. 하지만 이 말은 “사람이 살지 않는 황무지” 또는 우리나라의 비무장지대처럼 적과 아군이 중간에 남겨놓은 “무인지대”를 지칭하는 표현으로도 흔히 쓰인다. 이렇듯 아무리 같은 단어나 표현이더라도 그것이 지닌 두 가지나 세 가지 의미를 안다면, 그것은 한 단어가 아니라 두 단어 또는 세 단어를 아는 셈이다. 이 영화에서 제임스 스튜어트는 경찰에 쫓기는 범죄자여서 광대로 분장하고 곡마단에 숨어 지내지만, 화재가 나서 다친 사람을 치료해주다가 결국 의사라는 신분이 탄로 나서 체포된다. 수갑을 차고 끌려 나가던 그는 관중석의 소녀에게 그의 개를 선물로 주며 주의사항을 얘기한다. “Don’t feed him too much popcorn, or he will pop.”(팝콘을 너무 먹이면 강아지가 배 터져 죽을 거야.) popcorn은 “corn(강냉이)을 pop(펑 튀기다)한다”는 말이어서 pop을 어원으로 삼는다. 마치 두 형제 단어가 한 문장에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묘기를 부리는 듯한 인상을 준다. 비슷한 두 단어가 묘기를 빚어내는 경우야 흔하겠지만, 아예 똑같은 하나의 단어가 두 가지 이상의 다른 의미를 지니기 때문에 quip을 위해 동원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런 기법을 pun(同音異義)이라고 한다. 트루먼 캐포티 원작의 ‘티파니에서 아침을(Breakfast at Tiffany’s)’에서 pun의 묘미를 좀 알아보기로 하자. 이 영화의 여주인공 오드리 헵번은 순진하다고 해야 할지, 멍청하다고 해야 할지 분류하기가 힘든 여자다. 골이 좀 빈 여자답게 극중 인물의 이름도 Holly Golightly다. 성탄절 장식용으로 쓰이는 holly(호랑가시나무)는 여자의 이름으로도 쓰이지만, 여기에서는 물론 holy(거룩한)라는 반어적 용법으로 쓰였다. 그러니까 Holy Golightly는 “세상만사 가볍기만 한 거룩한 아가씨”다. 돈 많은 남자라면 무작정 좋아하는 헵번은 Sing Sing에서 복역 중인 조폭에게 면회를 가서 일기예보를 알려주고 용돈을 번다. Sing Sing(노래하자 노래해)은 뉴욕주 Ossining에 있는 교도소 이름인데, Ossining이 Sing Sing으로 둔갑하여 pun스러운 장난기가 보이는 별명이다. sing은 뒷골목 은어로 “고자질하다”나 “밀고하다”라는 뜻이기도 해서, ‘밀고자’는 노래를 잘 부르는 canary(카나리아)라고도 한다. 헵번이 내용도 모르면서 Sing Sing에 가서 전해주는 ‘일기예보’는 “마이애미에 태풍이 몰아친다”는 식으로 조직의 소식을 비유하여 전하는 pun형 암호다. 결국 그녀는 연락책으로 의심받아 경찰에 체포되고, 신문에 이런 제목이 나타난다. “Tomato’s Tomato Pinched by Cops”(또마또의 정부 경찰에 걸려들다) Tomato(또마또)는 복역 중인 조폭 두목인데, 이탈리아계 마피아식으로 붙인 이름이다. 두 번째 Tomato는 “싸구려 계집”이다. pinch는 남자들이 술집 같은 곳에서 여자의 궁둥이를 “꼬집어준다”는 뜻이지만, 여기에서는 경찰에게 “몰리다”라는 pun으로 쓰였다. ‘록키(Rocky)’에서도 매니저가 주인공을 ‘토마토’라고 부르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때는 ‘물컹물컹한 놈’이라는 뜻이었다. tomato처럼 간단한 단어에도 이렇게 복잡한 여러 의미가 담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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