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효의 Q-English]수작 거는 남자 한 방에 날린 ‘말 대꾸’ | |
입력: 2008년 07월 16일 15:19:44 | |
‘실버 스트리크(Silver Streak)’에서 급행열차의 비타민 판매원으로 undercover(변장 근무) 중인 FBI 요원 네드 베이티가 식당차에서 젊은 여자에게 묻는다. “Are you going all the way?”(끝까지 가십니까?) 여자가 그에게 반문한다. “Are you in heat?”(열 나세요?) 괄호 안의 번역은 MBC-TV의 솜씨인데, pun의 경우 대부분 그렇듯이, 고민한 흔적이 역력하다. 이 대화에서 두 사람의 말에는 모두 번역문에 나타나지 않은 복선이 깔렸다. go all the way는 얼핏 보면 “종착역까지 가느냐?”는 질문 같지만, 베이티는 수작(작업)을 거느라고 운을 띄운 말이니까, “혹시 그거 하고 싶은 생각 없나?”라는 의사 타진이 노골적이다. go all the way는 남녀 관계에서 육체를 허락하는 “마지막 단계(線)까지 넘어간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여자의 응수에서도 in heat은 짝짓기철에 짐승이 “발정한 상태”를 뜻한다. 하지만 시청자를 붙잡고 차분히 납득시킬 겨를도 없이 순식간에 장면이 바뀌는 영상번역에서는 이런 긴 설명을 하기가 불가능하다. 그래서 다음 장면으로 연결해주기 위해 예문에서처럼 어중간하게 옮겨놓았다. 다음 장면에서 여자는 베이티의 heat(열)을 식혀주느라고 그의 바지를 잡아당겨 벌리고는 사타구니에 얼음을 잔뜩 쏟아붓는다. 그래도 조금 더 창의력을 발휘한다면 베이티의 대사를 “우리 한 번 끝내 볼까요?”라 하고는 여자의 응답을, 좀 야한 표현이지만, “어디 뜨끈뜨끈해요?”나 “좀 식혀줄까요?”라고 했어도 괜찮을 듯싶다. |
--- English ---/Have a F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