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효의 Q-English]이름 가지고 장난치기 | ||
입력: 2008년 07월 23일 15:36:42 | ||
‘젊은 날의 링컨(Young Mr. Lincoln)’에서 갓 변호사로 개업해 사무실도 마련하지 못한 헨리 폰다(링컨)에게 마을 사람이 묻는다. “Where is your office, Abe?”(에이브, 당신 사무실은 어디 있나요?) Abe는 에이브레햄(Abraham)의 애칭이다. “In my hat.”(내 모자 속에요.) “필요한 모든 ‘기능’이 머릿속에 담겨 있다”는 재치 넘치는 대답이다. office는 건물의 공간(사무실)이기도 하지만, ‘관직’이나 ‘임원’처럼 기능을 뜻하는 추상적인 말로도 쓰인다. 그러면 사무실조차 구하지 못한 신참 변호사 헨리 폰다가 법정에서 위증을 일삼는 워드 본드를 어떻게 약올리는지 살펴보자. “You say your name is J Palmer Cass.”(당신 이름이 J 파머 캐스라면서요.)
그런가 하면 하찮은 사람이 잘난 체 하느라고 첫 이름을 일부러 약자로 쓰는 경우도 적지 않다. 증인 워드 본드는 물론 후자에 속한다. “Yeah.”(그래요.) “What does J stand for?”(J는 무엇의 약자인가요?) “John.”(존요.) “Anybody ever called you Jack?”(잭이라고 부르는 사람은 없었나요?) Jack은 John의 애칭이다. 미국 대통령의 경우 John F Kennedy도 격식을 차리지 않고 자신의 이름을 Jack Kennedy라고 했다. Jimmy(James) Carter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본드는 역시 잘난 체 하느라고 격식을 차려 자기 이름을 꼭 John이라고 밝힌다. “Yes….”(그러기도 하지만….) “Why do you call yourself J Palmer Cass? Why not John P Cass?”(왜 당신은 자신의 이름을 J 파머 캐스라고 고집하나요? 존 P 캐스라고 하면 안 되나요?) 영어 이름에서는 last name이 아버지의 성을 따르고 중간에 오는 middle name은 어머니 집안의 성을 따르며, 그래서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다고 생각해 중간 이름은 약자로 쓴다. 그러니까 J Palmer Cass보다는 John P Cass가 훨씬 일반적이다. “Well….”(그거야….) “Anything matters with John P?”(존 P라고 하면 큰일이라도 납니까?) “No, but….”(그건 아닙니다만.) “You say J Palmer Cass for anything to conceal?”(혹시 뭐 숨길 일이 있어서 J 파머 캐스라고 하는 건 아닌가요?) “No!”(아닙니다!) 증인 본드가 펄쩍 뛴다. “Well, if it’s all the same to you, I will just call you Jack Cass.”(자, 아무 이름이나 다 마찬가지라고 당신이 생각한다면, 난 증인을 그냥 잭 캐스라고 부르겠습니다.) 앞에서 설명했듯이, 중간 이름은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기 때문에 대부분 생략해 약자로 쓰거나, 아예 빼버린다. 지금 대화를 주고받는 헨리 폰다와 워드 본드 두 배우의 이름에서처럼 말이다. 그래서 잭 캐스라고 부르면 가장 자연스러울텐데, 영화에서는 이 말이 떨어지자마자 방청석에서 폭소가 터져나온다. 왜 그랬을까? Jack Cass를 빨리 발음하면 jackass처럼 들린다. jackass는 cad나 마찬가지로 “천박한 촌놈”이라는 뜻이다. 이런 경우는 pun이 아니라 (나중에 살펴보게 될) homophone(homonym, 同音異義語)으로 분류해야 옳겠지만, ‘티파니에서 아침을’에 나오는 Holly Golightly나 Tomato 그리고 ‘우리집 식구는 아무도 못말려’의 Sycamore처럼, 이름만 가지고도 pun 놀이가 만만치 않다. ‘맨발의 백작부인(The Barefoot Contessa)’에도 그런 예가 나온다. 감독으로서 별로 빛을 보지 못해 욕구불만 속에서 살아가는 영화사 홍보담당자 험프리 보가트는 스페인의 후진 술집에서 발굴한 무희 에바 가드너를 선전하기 위한 자리를 마지못해 마련한 다음 사장에게 이런 식으로 불편한 심기를 표출한다. “I invited the highest international movie brass I could find in Rome ― Mr. Black of America, Mr. Blue of France and Mr. Brown of England.”(로마에서 찾아낼 수 있는 영화계 최고의 국제적인 거물들을 초대했는데 ― 미국의 블랙 선생, 프랑스의 블루 선생, 영국의 브라운 선생이죠.) 미국의 Black이라면 당시로서는 별로 존경스러운 계층이 아니었던 “미국의 흑인”이겠고, 프랑스의 Blue(푸르딩딩·슬픈·우울한)는 걸핏하면 감상적인 ‘우울증’에 빠지는 위인이겠으며, brown은 영국 속어로 “감쪽같이 속이다”라는 뜻이다. 보아하니 초대 손님들의 본명은 분명히 아니겠고, 심통을 부리며 즉석에서 지어낸 이름이라고 여겨진다. brass는 ‘황동(놋쇠)’이라는 뜻으로 가장 널리 쓰이지만 빛깔(黃)과는 아무 관련이 없고, ‘뻔뻔스러운 철면피’나 ‘갈보’를 뜻하기도 하다가, 여기에서처럼 앞에 정관사 the가 붙으면 ‘고위 장교’나 ‘고관대작’ 또는 ‘거물급 인사’가 되는 파란만장한 단어다. |
--- English ---/Have a F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