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효의 Q-English]허풍떠는 정치에 대한 조롱 | ||
입력: 2008년 08월 06일 15:22:47 | ||
우리나라 의회정치를 보면 쓰레기 집하장을 방불케 하고, 사실 따지고 보면 정치의 더러운 꼬락서니는 범세계적인 현실이 아닐까 싶다. 그러나 프랭크 캐프라의 고전 ‘스미스 씨 워싱턴에 가다(Mr. Smith Goes to Washington)’까지만 해도 아직 의회에서 이상주의적 정의가 실현되는 우화적 환상이 잘 보인다. 기성 정치인들에게 농락당하던 순진한 젊은이 제임스 스튜어트는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filibuster(議事進行妨害者)로 돌변한다. 발언권을 장악한 그의 연설이 끝도 없이 자꾸만 길어지자 다른 의원들은 얼굴을 가린 채로 신문이나 잡지를 보기 시작하고, 머리를 떨구고 졸거나 등을 돌려 face들이 보이지 않는다. 그러자 스튜어트가 시끄럽게 휘파람을 불고, 모두 깜짝 놀라서 머리를 돌려 그를 주목한다. 스튜어트가 일갈한다. “That’s all right. I just wanted to find out if you still had faces.”(됐습니다. 난 그냥 여러분들이 아직도 얼굴을 갖고 있는지 확인만 하고 싶었으니까요.) 이렇게만 번역해 놓아도 관객의 웃음을 자아내기에는 충분하겠지만, 예문의 had face는 단순히 “얼굴이 달렸다”는 의미가 아니라, pun을 곁들인 quip이다. 여기에서의 face는 ‘체면’이나 ‘면목(面目)을 의미한다. save face(체면을 지키다)는 중국이나 한국을 무대로 한 소설을 여럿 발표한 펄 벅이 작품에서 무척 애용하던 ‘동양적’ 표현이었다. save face의 반대인 lose face(체면을 잃다)의 예문은 ‘함장 호레이쇼(Captain Horatio Hornblower)’에서 발견된다. 프랑스군에게 포로로 잡혀 파리로 압송되는 마차 속에서 부하들에게 그레고리 펙 함장이 (결국은 나폴레옹에게 영국이 승리할 테니까) “You know you will never need to lose face”(여러분은 절대로 체면을 잃는 짓을 할 필요가 없다)라고 격려한다. pun은 아니지만 정치를 비꼬는 표현은 ‘리우로 가는 길(Road to Rio)’에도 나온다. 게일 손더가드의 최면에 걸린 도로티 라무어는 밥 호프와 빙 크로스비가 밀항자라고 선장에게 고발한다. 라무어가 나중에 정신을 차리고 사과한다. “I don’t know what came over me. I was saying things and I didn’t know why I was saying them.”(내가 무엇에 홀려 그랬는지 모르겠어요. 내가 그런 소리를 하긴 했는데, 도대체 왜 그런 헛소리를 늘어놓았는지 모르겠어요.) 호프가 일침을 놓는다. “Look, why don’t you just run for the Congress and let us alone, uh?”(이봐요, 국회의원 출마나 하고 우리들은 그냥 내버려두는 건 어떨까요?) “국회의원이란 밥 먹고 헛소리만 늘어놓는 사람들”이라는 빈정거림이다. ‘후보자(The Candidate)’에서는 피터 보일이 로버트 레드퍼드를 찾아가 상원의원에 출마하라고 부추기자 옆에 있던 레드퍼드의 동료가 정치에 대한 부정적인 정의를 내린다. “Politics is bullshit.”(정치는 쇠똥이야.) bullshit은 ‘허풍’이나 ‘거짓말’ 또는 ‘개수작’이라는 뜻이다. 이 말을 듣고 보일 왈― “I was wondering what it was.”(난 또 (정치가) 뭐 대단한 건 줄 알았지.) 마치 전혀 몰랐다가 무슨 대단하고 새로운 진리라도 발견한 듯 짐짓 깜짝 놀라는 말투로 구사한 피터 보일의 화법은 되받기 응수의 quip이다. ‘후보자’에서는 로버트 레드퍼드와의 텔레비전 토론회에서 현직 상원의원이 정치를 이런 보수적인 시각으로 해석한다. “Now and then when I hear the barking and baying of those who would knock our system down, I’m reminded of the last days of the great Roman Empire. They argued about what vices they could legalize.”(우리의 기존 질서를 때려 부수겠다고 설치는 자들의 헛소리를 들어보면 가끔 나는 위대한 로마제국의 몰락기가 머리에 떠오릅니다. 그들은 어떤 악습들을 합법화하면 좋을지만 열심히 궁리했죠.) 두운이 맞는 barking과 baying은 둘 다 개가 짖는 소리다. 모양이 비슷한 braying은 당나귀가 우는 소리로서, 시끄럽게 웃고 떠드는 사람들을 경멸하는 단어로도 쓰인다. 당나귀는 heehaw라고도 울며, 바보같은 웃음소리도 heehaw라고 한다. 말은 whinny라고 울며, 그래서 ‘걸리버 여행기’에 등장하는 마인족(馬人族)을 Houyhnhnms(whinnim이라고 발음)라고 한다. 정치인에 대한 ‘백 투 더 퓨처(Back to the Future)’의 시각도 재미있다. 흑인 종업원이 카페 주인에게 그의 당찬 포부를 밝힌다. “You wait and see. I will be the mayor, the most powerful man in Hill Valley, and I’m gonna clean up this town.”(두고 보시라고요. 난 힐 밸리에서 가장 막강한 인물이 되어, 이 마을을 깨끗하게 쓸어내겠어요.) 예문에서 will be the mayor를 번역하지 않고 남겨놓은 이유는 따로 설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mayor(長)라는 단어를 보면 무조건 ‘시장’이라고 번역하는데, 아무리 영어로는 같은 mayor라고 해도 city인 경우에만 ‘시장’이고, town의 장은 ‘읍장’이나 ‘면장’ 정도가 되겠다. village의 mayor는 ‘이장’이다. 영어 실력의 차이는 바로 이렇게 우리말로 옮길 때의 미세한 정확성에서 크게 좌우된다. 어쨌든 종업원의 정치적인 야망에 별로 주눅이 들지 않은 카페 주인은 빗자루를 내주며 한마디. “Sure. You can start by sweeping the floor.”(아무렴. 그럼 가게부터 깨끗하게 쓸어보지 그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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