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효의 Q-English]미칠 수도 정상일 수도 없어 | ||
입력: 2008년 09월 24일 16:08:17 | ||
‘캐치-22’에서 군의관 잭 길포드가 주인공 앨런 아킨 대위에게 반문한다. “You can’t let crazy people decide whether you’re crazy or not, can you?”(누가 미쳤는지 아닌지를 미친 사람들더러 스스로 판단하라고 할 수야 없는 노릇이잖아?) catch-22 라는 겹개념의 골자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미국이 아니고서는 출판이 불가능한 다섯 가지 반전소설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캐치-22’는 제2차 세계대전 중 이탈리아에 주둔한 미공군 폭격 비행대대의 온갖 미치광이들에 관한 얘기다. 계속 늘어나는 의무적인 출격 횟수 때문에 점점 죽음의 가능성이 커지면서 미칠 지경이 된 그들은 전투 임무에서 면제되기를 바라는데, 군법에서는 Catch-22가 바로 그 면제 조건에 관한 조항(catch)이다. 그렇다. catch에는 ‘항(項)’이라는 뜻도 있다. 아킨이 설명하는 22항의 내용을 들어보자. “In order to be grounded, I’ve got to be crazy. I must be crazy to keep flying. But if I ask to be grounded, that means I‘m not crazy anymore, and I have to keep flying.” (지상근무를 하려면 내가 미쳐야 하는군요. 비행을 계속한다면 난 분명히 미친놈이죠. 하지만 지상근무를 신청한다면, 난 더 이상 미친 사람이 아니고, 그래서 비행을 계속해야 하고요.) “You got it. That’s Catch-22.”(맞았어. 그게 22항이야.) 아직도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면, 그것은 독자에게 22항에 담긴 catch(함정)의 개념이 생소하기 때문이다. 만일 어떤 사람이 “나는 미쳤다”고 증명할 만큼 논리적이라면, 그 사람은 전혀 미친 사람이 아니다. 그래서 ‘미쳤음’을 증명하는 사람은 출격 임무에서 면제되지 않는다. 하지만 면제를 받으려면 본인이 스스로 미쳤음을 증명해야 한다. 바로 이것이 22항의 다람쥐 쳇바퀴 논리다. 이 영화에서 부관으로 근무하는 오손 웰스 장군의 사위는 워낙 말참견이 심해서, 웰스 장군이 그에게 핀잔을 주는데, 여기에서도 catch-22 화법이 나타난다. “When I want an answer from you, I’ll look at you, which will be as seldom as possible.”(귀관에게서 대답이 듣고 싶어지면 내가 눈길을 주겠는데, 가능하면 최대한 그런 불상사는 없도록 노력하겠네.) “꼴도 보기 싫다”는 말을 비비 꽈서 전하는 쳇바퀴 의사표시다. 그런가 하면 자신의 무능함이 탄로날까봐 두려워서 밥 뉴하트 소령은 동료 장교들을 아무도 만나지 않으려고 창문으로 사무실을 빠져나가 늘 이리저리 도망다니는데, 그의 괴팍함에 대해서 군목 앤토니 퍼킨스 대위는 앨런 아킨 대위에게 catch-22 식으로 이렇게 설명한다. “You can see him when he isn’t there. That is, he’ll see you but only in his office and only when he is not there. The other times, when he’s in, he’s not, uh … there … to be seen except when he’s out.” (그가 사무실에 없을 때만 사람들은 그를 만날 수 있어. 무슨 뜻이냐 하면, 그는 사무실에 있지 않을 때만, 그것도 사무실에서만 사람들을 만나겠다는 거야. 다른 때는, 그가 사무실에 있을 때는, 뭐냐 … 그 친구가 사무실에 없기 때문에 … 외출했을 때가 아니고는 그 친구를 사무실에서 만날 길이 없지.) 그리고 “안녕하냐?”고 묻는 앨런 아킨에게 앤토니 퍼킨스는 역시 catch-22식 대답을 둘러댄다. “Except for a slight head cold. Had it for about a week. Can’t seem to shake it.”(감기에 걸려 약간 두통이 나는 이외엔 별일 없어. 한 주일이나 앓았구먼. 이놈의 감기가 통 떨어지려고 해야 말이지.) 한 주일이나 감기에 시달렸다면 절대로 ‘안녕’한 상황이 아니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 가장 희한한 catch-22 대화는 미국의 위대함을 과신하는 아더 가펑클(*가수 아트 가펑클. Art은 Arthur의 애칭임)과 이탈리아인 늙은 포주가 주고받는다. 이탈리아인 포주의 주장이다. “Italy will certainly come out on top again, if we succeed in being defeated.”(우리들이 만일 패배하는데 성공한다면, 이탈리아는 분명히 다시 이기고 말 거예요.) 이것이 무슨 뚱딴지 같은 논리인지는 다음 주일에 설명하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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