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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효의 Q-English]진짜 솜으로 만든 솜사탕

[안정효의 Q-English]진짜 솜으로 만든 솜사탕
입력: 2008년 10월 01일 15:11:53
‘캣치-22’에서 미국의 위대함을 과신하는 아서 가펑클은 “패배해야 승리한다”며 뒤집어지는 논리를 펼치는 이탈리아 노인을 “미친 사람 같다”고 코웃음 친다. 노인은 이탈리아가 승리하는 방법을 이렇게 설명한다.

“I live like a sane one. I was a fascist when Mussolini was on top. Now that he has been deposed, I am antifascist. When Germans were here, I was fanatically pro-German. Now I am fanatically pro-American.”

(난 멀쩡한 정신으로 살아간다고. 무솔리니가 이길 땐 난 파시스트였어. 그 친구가 쫓겨났기 때문에 난 파시스트의 적이 되었지. 독일군*이 이곳에 진주했을 땐, 난 열광적으로 독일을 지지했어. 지금은 난 열광적으로 미국 편이고.) *전쟁 영화에서는 Germans를 ‘독일인들’보다 여기에서처럼 ‘독일군’이라고 번역해야 자연스러운 경우가 많다.

애국심이 투철한 아서 가펑클은 항상 이기는 편에 붙는 이탈리아 노인을 힐난한다. “You’re a shameful opportunist. What you don’t understand is that it’s better to die on your feet than to live on your knees.” (당신은 치사한 기회주의자예요. 당신이 이해하지 못하는 건, 무릎을 꿇고 살아가기보다는 당당하게 서서 죽는 편이 낫다는 사실이에요.) “You have it backwards. It’s better to live on your feet than to live on your knees.”(자넨 거꾸로 알고 있구먼. 서서 살아가는 편이 무릎을 꿇고 살아가기보다 낫다는 얘기겠지.)

국제 암시장 신디케이트를 운영하는 존 보이트 소위는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독일군에게 뇌물을 주어 아군 부대를 폭격하게 만드는 짓까지 불사하는 인물인데, 잔뜩 사놓은 솜을 처분할 방법이 없어서 고민하다가, 솜에다 초콜릿을 발라서 병사들에게 팔아먹으려는 엉뚱한 계획을 세우고 앨런 아킨에게 열심히 설명한다.

“They’ve got to learn to like it. Look, I saw this great opportunity in Egyptian cotton. How was I supposed to know there was gonna be a glut? I’ve got 100 warehouses stocked with this stuff all over the European theater. I can’t get rid of a penny’s worth. People eat cotton candy, don’t they? Well, this stuff is better. It’s made out of real cotton.”

(병사들이 그걸 좋아하도록 길을 들여야만 합니다. 말이죠, 난 이집트 솜이 큰 돈벌이가 되리라는 생각을 했어요. 공급 과잉이 발생하리라는 걸 내가 도대체 어떻게 알았겠어요? 난 유럽 전투지역 여기저기 100군데 창고에 이 물건을 꽉꽉 비축해 놓았어요. 그런데 난 그걸 한 푼어치도 처분할 길이 없답니다. 사람들은 솜사탕을 먹잖아요? 한데 이건 솜사탕보다 훨씬 좋아요. 진짜 솜으로 만들었으니까요.)

보이트의 대사 가운데 gonna(=going to)는 wanna(=want to)와 더불어 구어체에서 매우 자주 사용되는 표현이니까 꼭 알아둬야 한다. 하지만 별로 고상한 말은 아니니까 점잖은 자리에서는 사용하지 않도록 조심하기 바란다.

‘보다(to see, view)’를 뜻하는 그리스어 theatron이 어원인 theater(극장, 영국영어에서는 theatre라고 적음)는 “사건이 벌어지는 모든 곳”으로서, 종군기자들의 글에서는 “여러 작전이 벌어지는 곳(scene of operations)”을 의미한다. 군대를 잘 모르는 여성 번역가들이 자주 실수를 하는 대목이지만, 전투는 그 규모에 따라 명칭이 모두 달라서, 소대 이하의 작은 ‘교전’은 skirmish나 firefight라 하고, 중대 규모의 ‘전투’는 combat이고, 중대 이상의 ‘작전’은 operation이고, 대규모 전투는 battle이며, operation의 책략을 tactic(전술)이라고 하는 반면, 대규모 전투를 위한 ‘전략’은 strategy다.

다국적군이 참가하는 정도의 국부적인 전쟁은 campaign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제2차 세계대전 가운데 일본군이 벌인 ‘태평양 전쟁’은 the Pacific Campaign이라고 해야 한다. 그런가 하면 전투가 벌어진 유럽의 모든 지역은 the European theater가 된다. 이런 용어들에 대해서는 일일이 따로 설명이 필요하지만, 여기에서는 이왕 선을 보인 theater의 두 가지 경우만 짚고 넘어가겠다.

‘두상의 적기(Twelve O’Clock High)’에서 병력 보충을 요구하는 그레고리 펙 비행대대장에게 사령관이 반박한다. “Every theater commander is screaming for crews and equipment.”(모든 전투지의 지휘관이 장비와 인원을 보충해 달라고 아우성이야.)

theater가 어떻게 달리 번역이 가능한지도 ‘무기여 잘 있거라(A Farewell to Arms)’의 자막 해설에서 확인하기 바란다.

“We tell a story out of one of the wildest theatres of World War I ― the snow-capped Alpine peaks and muddy plains of northern Italy.”(우리는 제1차 세계대전에서 가장 치열했던 전투지 가운데 한 곳 ―북부 이탈리아의 질퍽한 평원과 백설로 덮인 알프스 정상에서 전개되는 이야기 한 가지를 전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