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English ---/Have a Fun!

[안정효의 Q-English]단어 재구성의 묘미


[안정효의 Q-English]단어 재구성의 묘미





<허드서커 대리인>에서 여비서로 위장 취업한 민완기자 제니퍼 제이슨 리를 deer(사슴)라고 불러서 dear(여보)로 만들었던 팀 로빈스는 지극히 단순한 장난감 훌라후프를 발명해서 유명해진 다음 회견장에서 기자들에게 말한다. “Well, frankly, I don’t think anybody expected this much hoopla.”(글쎄요, 솔직히 얘기해서, 이 정도로 시끌벅적해지리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을 듯싶은데요.)

로빈스의 우발적인 재담에 기자들이 폭소를 터뜨리고, 자신의 ‘재치’를 뒤늦게 깨달은 로빈스가 한 박자 뒤늦게 따라 웃는다. 머리가 단순한 로빈스가 이 상황에서 hoopla라는 단어가 어떤 묘미를 얻게 되었는지 이해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만도 하다.


 
‘고리던지기 놀이’나 ‘대소동’ 또는 ‘요란한 광고’ 따위를 뜻하는 hoopla의 어원은 프랑스어 houp-la다. houp는 ‘야’ 또는 ‘어이’라고 아이를 부르는 소리이며, la(거기, 저기)와 결합하면, 아기에게 걸음마를 시키거나 귀찮은 아이더러 “저리 가”라고 말할 때 쓰는 명령어가 된다. 그리고 영어 hoopla는 역시 의성어적인 비슷한 단어 ballyhoo(떠들썩한 선전)나 hullabaloo(시끄러운 소리, 난장판) 그리고 어느 흑인 여배우가 장난스럽게 이름으로 선택한 whoopee*(우와, 신난다, 잔치, 소동)와 같은 의미로 널리 쓰인다.

하지만 로빈스의 hoopla는 고유한 익살을 담는다. 하와이의 특산품인 hula-hula(또는 hula) 춤의 엉덩이 돌리기와 연관지어 이름지은 Hula-Hoop의 철자를 분해하여 재조립한 형태의 단어가 hoopla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한 단어를 망가뜨려 다른 단어로 만드는 놀이를 jumbles(범벅)라고 한다.

homophone에 이어 jumbles까지 구사한 팀 로빈스 멍청사장은 pun 솜씨도 제법 쓸 만하다. 위장취업 여비서 제니퍼 제이슨 리가 허드서커의 이상한 성공을 취재하여 폭로한 모욕적인 기사를 읽고, 화가 난 로빈스는 편집자에게 보낼 편지를 ‘범인’인 여비서 리에게 받아쓰라고 한다.

“Take this down. Dear Miss Archer…, I call you Miss because you seem to have missed the ball completely on this one.”(이 말을 받아 적어. 친애하는 미스 아처에게…. 내가 당신을 ‘미스’라고 부르는 까닭은 이 문제에 있어서 당신이 완전히 공을 ‘미스’했기 때문입니다.) miss the ball(공을 놓치다)은 miss a catch나 마찬가지로 “잘못 짚었다”는 의미로 쓰였다.

그런가 하면 로빈스의 훌라후프 성공에 대한 방송에서는 두운이 나타난다. “Barnes is the great inventor of America’s craziest craze - the Hula-Hoop - winning the heart and hips of every youngster in America.”(반스는 미국에서 전례가 없는 희한한 물건인 위대한 훌라후프를 발명하여 미국의 모든 어린이들의 마음과 엉덩이를 사로잡았습니다.)

물론 Hula-Hoop도 두운을 붙인 상품명이고, craziest craze도 두운이 맞지만, heart and hips 역시 두운이다. 이미 언급한 바 있지만, 두 짝이 하나의 단위를 이루는 hips를 복수로 썼음을 유의하기 바란다. every youngster는 우리말로 “모든 어린이”여서 복수처럼 여겨지지만, everyone(모든 사람)이나 everybody처럼 단수로 기능한다. 그러나 all men이라고 하면 같은 의미이면서도 복수가 된다. 그래서 단수 every youngster에 종속되는 heart는 단수가 되고, hips는 복수형이면서도 단수 노릇을 한다.

그뿐이 아니다. <허드서커 대리인>에는, 비록 quotation(인용문)을 통해서이기는 하지만, 문학적인 기교도 선보인다. 술잔을 놓았던 신문지에 생긴 젖은 동그라미를 보고 신상품 훌라후프를 구상한 팀 로빈스가 폴 뉴먼에게 이런 제안을 한다.

“Not that I claim to be a great genius. Like they say, inspiration is 99 percent perspiration.”(내가 뭐 대단한 천재라고는 주장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사람들 말마따나, 영감은 99%의 땀으로 이루어진다고요.) inspiration은 perspiration과 -spiration이라는 rime(韻)이 찰떡처럼 맞아떨어진다. 훌라후프가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 영화 <허드서커 대리인>을 이렇게 돌리고 돌리면 어휘들과 문장들이 덩달아 따라 돌고 돌면서 참으로 맛진 묘미를 제공한다.

*앞에서 잠깐 언급했던 여배우 우피 골드버그(Whoopi Goldberg)에 관한 사족을 하나 붙이면서 오늘 얘기를 마무리하겠다. 혹시 길을 가다가 만원짜리 지폐 한 장을 줍거나 하면 사람들이 신이 나서 외치는 소리가 바로 “Whoopee!”다. 그런데 여배우 우피의 성(姓)을 보면 gold로 시작된다. 황금을 발견하면 물론 “우피!” 소리가 저절로 나겠다.

그리고 gold는 유대인의 이름에 자주 나타나고, 특히 어미가 -berg인 성은 거의 틀림없이 유대인의 것이다. -man(n)이나 -stein 또한 유대인의 이름에 자주 나타난다. 그래서 미국의 금융가에서 얼마전 시끌벅적했던 리만 브라더스(Lehman Brothers)나 유명한 투자은행 골드만 삭스(Goldman-Sachs), 그리고 뉴욕시장 블룸버그(Bloomberg)의 핏줄은 유추가 어렵지 않다. 그렇다면 우피의 조상은 유대인이 소유했던 노예였을까? 미국의 흑인 노예는 백인 주인의 성을 따랐으니까 말이다.

그렇지 않다. 우피의 본명은 Caryn Johnson이다. 어쨌든 장난스러운 이름으로 출세한 우피는 1998년에 출판사로부터 자서전을 써달라는 청탁과 함께 600만달러의 선금을 받았다고 한다. 바로 그럴 때 사람들은 외친다. “Whoopeeeeeee!”

사족에 붙이는 사족 - 고무로 만들어 사람이 앉으면 방귀 소리를 내는 ‘뿡뿡방석’은 영어로 whoopie cushion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