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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효의 Q-English]동음어로 말장난하기


[안정효의 Q-English]동음어로 말장난하기




지금까지 우리는 의도적이건 우발적이건 간에 같은 하나의 단어가 지닌 여러 의미 때문에 발생하는 사례를 많이 접했는데, 이제부터는 곁말(pun)이 아니면서도 그와 유사한 효과를 내는 homophone으로 엮어진 언어적 희롱의 형태를 찾아보기로 하겠다. 우리나라에서는 이 단어를 동음이의어(同音異義語)라고 하지만, 그리스어 homos가 어원인 homo-가 ‘동일한’을, 그리고 -phone은 ‘음(音)’을 뜻하는 결합사이기 때문에, 여기에서는 그냥 ‘동음어(同音語)’라고 하겠다.

homophone(同音語)이란 son(아들)과 sun(태양), hymn(송가)과 him, Dane(덴마크인)과 deign(황공스럽게도 ~을 하시다), rain(비가 내리다)과 reign(다스리다), 그리고 plate(접시)과 plait(땋아내리다)처럼 발음은 같아도 철자와 의미가 다른 단어들을 지칭한다. 이 고정란의 제목을 “Q-English”라고 한 이유를 앞에서 “Quips and Quirks and Quotations”의 머리글자를 땄기 때문이라고 했지만, 또한 Q가 cue와 발음이 같은 homophone이라는 이유도 크게 작용했다. 그러니까 Q-English는 “cue(신호)만 제대로 받으면 재깍재깍 잘 풀려나가는 영어”라는 암시를 주려고 붙인 이름이다.

동음어의 용법은 앞에서도 이미 두 차례 언급했다. <젊은 날의 링컨>에서 Jack Cass라는 이름을 jackass(멍청이)와 연결 지은 경우와 <풋볼대소동>에서 tong(집게)과 tongue(혀)으로 장난을 친 경우가 여기에 해당된다.

영화 <패치 애덤스(Patch Adams)>를 보면 목축업자들의 모임이 열리는 행사장 문간에 “Nice to Meat You”라는 인사말을 써 붙였다. 물론 Nice to meet you(만나서 반갑습니다)라는 표현에서 meet을 동음어 meat으로 바꿔친 말장난이다. 우리말로도 삼겹살집 입구에 “맛나서(=만나서) 반갑습니다”라고 써 붙인다면 똑같은 효과가 나겠다.

meat(쇠고기)을 거래하는 업자들의 행사장 안으로 들어가면 “Shanks for the Memories”(추억거리를 만드는 정강이살)라는 현수막이 눈에 띈다. shank(s)는 양이나 소의 ‘정강이살’을 뜻하는데, 현수막의 글은 밥 호프의 출세작 <아름다운 추억 고마워요(Thanks for the Memory, 1938)>의 제목을 가지고 역시 thanks-shanks 동음어를 활용한 예이다. 호프는 세계 각처로 위문공연을 다니면서 이 영화의 주제가를 자주 부르고는 했다.

그리고 쇠고기 행사 도중에는 “Meet Miss Meat”(쇠고기 아가씨를 소개합니다)이라는 표현도 등장하는데, 완벽한 M-M-M 두음에 동음어까지 함께 구사한 솜씨가 빼어나다.

<꼬마돼지 베이브(Babe)>에서는 주인공 돼지가 어두운 우리 안에 갇힌 동물에게 “What are you?”(너 누구냐?)라고 묻는다. What are you?와 Who are you?의 차이를 모르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은데, 나중 질문은 이름을 알고 싶어 하는 경우인 반면에, 첫 질문은 성별이나 직업 따위, ‘성분’을 묻는 말이다.

그래서 암양이 대답한다. “I am ewe.”(나 암양이야.) 꼬마돼지는 그 말을 “I am you”(나는 너야)라고 하는 소리로 잘못 듣고 혼란에 빠진다. 이 또한 동음어로 웃음을 자아내는 상황설정이다.

ewe 말고도, “I♥U”의 U 역시, 널리 애용되는 you의 ‘동음어’다. 필자는 강화로 낚시를 오가면서 국제적인 동음어도 몇 차례 보았다. 궤짝차 뒷문에 써놓은 “I♥乳”의 재치가 웃음을 자아낸다. 미국에서 길거리에 세워놓은 중고차 앞창에서 자주 발견되는 “4Sale”도 “For Sale(賣物 = 파는 차)”의 동음어다.

homophone에서도 막스 브라더스는 역시 한 가닥 분명히 걸치고 넘어간다. <풋볼대소동>에서 발성 연습을 열심히 하던 델마 토드가 “I have a falsetto voice”(내 목소리는 가성예요)라고 털어놓는다. 가짜 음악선생 행세를 하던 치코가 신기하다는 듯 말한다. “That’s funny. My last pupil had a false set of teeth too.”(거 참 이상하구먼. 지난번에 내가 가르치던 학생도 의치를 했던데.) 음악에 대해서 전혀 아는 바가 없었던 치코는 falsetto(假聲)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어서, false set of teeth(틀니 한 벌)라고 착각했다. false set of teeth를 빨리빨리 발음하면 falsetto라는 소리와 비슷하게 들린다.

멜 브룩스의 장난기가 난무하는 <프로듀서(The Producers>에는 히틀러의 이런 대사가 나온다. “I liebe you, I liebe you. Now leave me alone.”(나는 당신을 사랑하고, 사랑해. 그러니 날 귀찮게 하지 말라고.) liebe는 독일어로 ‘사랑한다’는 말이고, 그 유사성 동음어인 leave는 ‘내버려두다’라는 뜻이다. 가히 다국적 동음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