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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효의 Q-English]난감한 동음어 표현


[안정효의 Q-English]난감한 동음어 표현





빙 크로스비와 프렛 아스테어가 주연한 영화 <홀리데이 인(Holiday Inn, 1942)>은 두 가지 ‘원조(元祖)’의 기록을 자랑한다. 이 작품이 성공하자 호텔업자가 영화 제목을 사다가 쓰는 바람에 지금은 ‘홀리데이 인’이라는 간판이 세계 각처에 내걸렸고, 주제가 ‘화이트 크리스마스(White Christmas)’는 <홀리데이 인>을 비스타비전 방식의 첫 작품으로 다시 만든 영화의 제목이 되었다. 그리고 ‘화이트 크리스마스’로 오스카상을 받은 작곡가 어빙 벌린은 그 노래의 인기에 대해 이런 말을 했다.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애절한 무엇을 좋아하는 어떤 심성이 있나 봐요.” 하지만 필자의 생각으로는 애절한 심성보다 지저분한 음담패설을 좋아하는 취향이 사람들에게는 더 강한 듯싶다. 성인용 희극의 범주에 속하는 오스틴 파워스 영화가 줄줄이 성공하는 까닭을 그렇게밖에는 설명하기가 어렵겠다.


<오스틴 파워스 3>에서 닥터 이블(惡博士)에게 아들 스캇이 청한다. “I’d like some chocolate arse cream.” arse 또는 ass는 ‘궁둥이’나 ‘항문’이다. 그렇다면 거기에서 나오는 ‘크림’은 ‘응가’다. 아무리 초콜릿을 씌워 준다고 하더라도 참으로 지저분한 먹을거리겠다. 하지만 알고 보면 아들은 ice cream을 원했을 따름인데, 발음을 약간 영국식으로 하다 보니 그렇게 지저분해지고 말았다.

우리나라에도 이와 비슷한 동음어(homophone) ‘응가’ 말장난이 있는데, 가수 조영남이 한때 잘 써 먹던 농담이다. “사람은 모름지기 항문(학문)을 열심히 닦아야 한다”고.

잠시 후에 아들 스캇이 다시 아버지 악박사에게 말한다. “Preparation H does feel good on the hole.” “예비계획 H는 구멍에 닿는 느낌이 좋다”는 뜻인데, on the hole은 물론 on the whole(전체적으로 볼 때)의 동음어 표현이다.

 
닥터 이블은 도쿄만(東京灣)으로 진입하는 잠수함에서 부하들에게 “Welcome to my new submarine lair”라는 환영의 말을 한다. lair는 짐승들이 사는 ‘소굴(den)’이나 ‘잠자는 곳’을 의미하지만, layer(‘층’ 또는 ‘켜’)와 발음이 같으며, layer가 자연스럽게 연상시키는 속어 lay는 성교의 상대역인 여성을 뜻하는 속어로, 1950년대에 대단히 널리 쓰였던 우리말 ‘깔치’와 같은 뜻이다. ‘깔치’가 무슨 뜻인지는 쉽게 이해가 가리라고 생각한다.

악박사는 그 말에 이어 능글맞은 미소를 지으며 이런 말을 덧붙인다. “It is long and large and full of seamen.”(나의 새로운 잠수함 소굴은 길고, 크고, 수병들이 잔뜩 탔다.)

하지만 여기에서 seamen(수병들)을 동음어 semen(정액)으로 바꿔놓으면, 악박사의 설명은 영락없이 (길고, 크고, 정액이 가득 담긴) ‘음경’이 된다. 그뿐 아니라 제목에 나오는 Goldmember도 “황금처럼 대단한 음경”을 뜻한다. member가 cock(수탉)이나 dick과 마찬가지로 남자의 성기를 뜻하는 비속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존 트래볼타와 세 명의 수병이 잠수함에서 바지를 벗고 사타구니를 보여주는 장면에서는 ‘그곳’이 황금처럼 번쩍번쩍 빛난다.

<오스틴 파워스> 1편을 보면, 호텔방에서 오스틴과 여성 보조원 바넷사가 가방 속의 물건들을 꺼내 점검하는데, 오스틴의 권총은 여성들이 선호하는 데린저(Deringer)만큼이나 작은 반면에, 바넷사의 권총은 더티 해리의 매그넘만큼이나 큼직하다. 이것은 물론 오스틴의 성기가 빈약함을 나타낸다. 왜냐하면 다음에 오스틴이 가방에서 꺼내 든 물건이 확대기(enlarger)이기 때문이다. 오스틴의 확대기는 플라스틱 대롱 속에 음경을 넣고 펌프질을 하여 크게 만드는 물건이다. 그리고 확대기에는 한때 ‘성의 천국’이라고 불렸던 스웨덴의 깃발을 그려넣었다.

아직도 확대기와 오스틴의 작은 권총이 무슨 관계인지를 모르겠다면 다시 설명하겠는데, gun은 속어로 남자의 성기를 뜻한다. 그래서 “당신만 보세요(For Your Eyes Only)”라는 야릇한 원제가 붙은 어느 007 영화의 포스터에서는 두 다리를 쩍 벌리고 선 여자의 사타구니를 올려다보며 로저 무어가 권총을 겨눈 그림이 말썽을 일으키기도 했다. 외국 포스터의 그림에서는 결국 ‘총’의 각도를 조금 옆으로 돌리게 했고, 우리나라에서는 여자의 아슬아슬한 부분을 까맣게 칠해서 가리는 편법을 써야 했다.

<오스틴 파워스 3>에서는 걱정거리가 생겼다고 걱정하는 아들 마이크 마이어스에게 휴지를 꺼내 보이며 마이클 케인이 안심시킨다. “If you got an issue, here’s a tissue.”(너한테 문제가 있다면, 여기 화장지가 있다.)

우리말로는 말 같지도 않은 이 말이 영어로 재미있는 까닭은 issue와 tissue가 rhyme(운)이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두운(alliteration)은 말머리가 맞아떨어지지만, 운은 말끝이 맞아떨어진다. 아무리 그렇기는 하더라도, ‘문제’에 ‘휴지’를 들이대면, arse(학문?) cream을 닦아주겠다는 말인지 뭔지, 원 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