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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w to...

흑인처럼 느끼고 말하기, Ebonics

힙합 문화가 부상하면서 백인 청소년들까지 흑인영어를 흉내내기 시작했다. MTV에서는 [백인들을위한 흑인영어 강좌]가 방영되기도 했다.

전세계 많은 이들이 영어를 사용하게 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에 따라 각 국가, 민족, 인종에 따라 약간씩 다른 영어를 쓰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싱가포르 친구들이 쓰는 영어와 인도 친구들이 쓰는 영어는 발음과 억양만으로 구분이 가능하다. 영국 북부 스코틀랜드에서 사용되는 영어와 미국 남부 지방에서 쓰이는 영어 역시 통사론적, 음운론적 그리고 의미론적 차이가 확연한 것이다.

하지만 대다수의 한국인들이 알고 있는 영어, 학원에서 학교에서 인터넷에서 배우려고 난리법석을 피우는 영어는 이렇듯 다양화된 영어가 아니라 북미 중산층 백인들이 사용하는 특별한 종류의 영어다. 아마도 이 영어를 비즈니스 영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표준화와 획일화라는 망령에 사로잡힌 한국 사람들은 이 다양한 영어들을 서열화하고, 이중 비즈니스 영어가 최고인 줄 알고 있다. 하지만 사투리는 열등하고 표준어는 우월하다는 생각이 부산 토박이는 열등하고 서울 토박이는 우월하다는 생각과 마찬가지로 완전히 그릇된 생각이라는 것을 안다면 영어 역시 중산층 백인들이 사용한다고 해서 다른 여러 영어들보다 낫다고 할 수는 없다.

그 다른 여러 영어들 중에서 뚜렷한 특징을 갖고 있으면서 가장 독특한 영어를 꼽으라면 역시 (북미)흑인영어를 꼽을 수 있다. 그 이유는 흑인영어는 수백 년의 역사를 갖고 있으며, 언어학적 측면에서 체계성을 갖고 있으며, 그 사용인구가 많고, 또한 중산층 백인 영어와 비교해 볼 때 상당히 이질적인 측면들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 이질적인 측면들이란 도대체 뭘까. 흑인영어는 중산층 백인 영어와 비교해 볼 때 문법, 통사구조, 발음, 의미적으로 모두 각기 다른 특징들을 갖고 있다. 즉 이들 두 영어는 발음에서 문장 구조까지 모두 다른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심지어 미국 캘리포니아 주의 오클랜드 교육청에서는 1996년 말에 흑인영어를 제2언어로 규정하기까지 했다. 즉 일선 학교에서 가르치는 선생님들이 흑인 학생들의 영어를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고 또 흑인 학생들도 중산층 백인 영어를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는 일이 빈번해지자 아예 흑인 학생들이 사용하는 흑인영어를 스페인 어나 중국어처럼 외국어로 규정해서 새로운 과목으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이에 미국에서는 1997년 한 해 동안 과연 흑인영어가 외국어인가 아니면 사투리인가에 관해 불꽃튀는 공방이 벌어진 바 있다. 이는 매우 흥미로운 논쟁이지만 다음에 기회를 봐서 다시 다루기로 하겠다.

일단 이 글에서는 이렇게 색다른 흑인영어의 맛을 보여주는 예문들을 중심으로 흑인영어의 다양한 측면을 설명하려고 한다.

흑인영어의 가장 공식적인 명칭은 'African American English'이고, 언어학적 명칭은 'African American Vernacular English'이다. 보통 사람들은 흑인을 나타내는 Ebony와 음성학을 뜻하는 Phonics를 결합한 Ebonics(이봐닉스)라는 말로 흑인영어를 표현한다.

먼저 이봐닉스의 뚜렷한 특징을 약간 과장을 보태 중산층 백인 영어와 비교 설명한 다음 글을 보자. 흑인영어를 구사하는 11가지 방법이라는 글이다.

Eleven Rules On How To Speak Ebonics


1. Remove all forms of the verb "to be" from your sentences.
EX. "He sick today."; "They talkin about yo ass."

이것은 모든 중산층 백인 영어 문장에서 be 동사를 빼면 흑인영어가 된다는 것이다. 예문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모든 be 동사가 생략되어 있다. 흑인들은 보통 대화에서 이렇게 be 동사를 생략하고 말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것을 과장해서 일반화시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흑인영어에서는 보통 r 발음이 생략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your의 발음도 yo와 비슷하게 난다. "그는 오늘 아프다." "쟤들이 니 이야기를 하고 있어."

2. Repeat noun subjects with a pronoun.
EX. "My fatha (father), he smokes blunts."

주어로 쓰인 명사를 대명사로 바꾸라는 규칙이다. 흑인들은 습관적으로 이렇게 말한다. Father 역시 r 발음이 생략되어 fatha로 들린다. 그리고 표기도 그렇게 하는 것이다. "내 아빠는 마리화나를 핀다."

3. Omit forms of "do" from most of your sentences.
EX. "What you say about my mama?"

보통 의문문에서 조동사인 do를 빼면 흑인이 말하는 것처럼 들린다는 것이다. 흑인들은 의문문에서 시제가 과거이건 현재이건 상관없이 그냥 생략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what did he say?" 라고 해야 할 것을 "what he say?" 라고 한다. "내 엄마가 뭐 어쨌다고?"

4. Use the same form of a noun for singular and plural.
EX. "nulle joint, two joint, three joint."


단수든 복수든 명사 뒤에 복수형 어미 등을 붙이지 말고 그냥 똑같이 사용하라는 것이다. 실제로 흑인들은 분명히 복수인데도 단수형 명사를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습관들 때문에 흑인들이 사용하는 영어는 열등하고 뒤떨어진 언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사실 흑인들은 나름의 언어규칙들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단수 명사와 복수 명사를 구분하지 않는다고 한다. "한 개피, 두 개피, 세 개피"

5. Disregard verb tense in your sentences.
EX. "I know it good shit when she tell me."

흑인처럼 말하고 싶으면 동사의 시제 역시 개의치 말라는 것이다. 중산층 백인 영어는 사실 시제가 복잡하고 또한 불규칙 동사들의 경우에는 일일이 시제형을 외워야 한다. 하지만 흑인들은 과거든 현재든 그냥 같은 동사로 처리하는 습관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문장에서는 tell이 현재형 그대로 쓰이고 있다. "그녀가 말할 때부터 그게 상급의 마약이라는 걸 알았다니까"

6. Use the same verb form for all subjects.
EX. "I go, you go, he/she go, we go, they go."

중산층 백인 영어는 인칭에 따라 동사의 형태가 달라진다. 이런 것을 언어학에서는 굴절(inflection)이라고 부르는데, 흑인영어 화자들은 가끔 이 굴절을 무시하는 경우가 있다. 복잡하게 따져서 말을 못하고 있는 것보다는 굴절이라는 문법을 무시하더라도 흑인들처럼 마구 지껄이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7. Use few constant pairs.
EX. Just (for just), chil (for child), not to be confused with chill.

이건 별거 아니다. 다만 child의 경우 마지막 d 발음이 거의 나지 않으므로 발음 그대로 표기한다면 chil이 되는데 이것은 흑인영어에서 안정을 되찾다, 안심하다 등의 의미로 자주 사용되는 단어 chill와 혼동하지 말라는 것이다.

8. Use few long vowels or diphthongs.
EX. A'ight (for alright); tahm (for time).

언어학에서는 이중모음을 diphthong이라고 하는데, 흑인영어 사용자들은 긴 이중모음을 나름대로 줄여서 하나의 긴 모음으로 발음하는 경향이 있다. "올 롸잇"은 "아아잇"으로, "타임"은 "타암"으로 발음된다. 이렇게 발음이 줄어드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흑인영어를 처음 듣는 사람들은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지만 습관이 되면 오히려 발음이 짧고 더 부드럽기 때문에 더 편리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9. Omit the "r" sound.
EX. Mo (for more), reefa (for reefer), masta (for master).

단어에서 r 발음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특히 단어 마지막에 오는 r 발음은 위의 예들처럼 생략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흑인영어에서는 이렇게 생략된 발음을 그대로 표기하기 때문에 스펠링이 생소하게 보이는 경우도 많지만 그대로 소리내어 읽어보면 무슨 뜻인지 금새 알 수 있다. 예를 들면 mutha는 mother의 흑인영어식 표기인 셈이다. 보스턴을 중심으로 한 미국 동부지역(뉴 잉글랜드 지역) 그리고 영국과 호주의 백인들도 r 발음을 생략하곤 한다.

10. Replace "z" for "s" at the end of a word.
EX. Skilz (for skills); wheelz (for wheels)

단어 끝에 오는 s의 발음은 거의 대부분이 z 발음이다. 흑인영어는 발음 그대로 표기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기 때문에 s를 z로 표기한다.

11. Replace the "th" sound with "f" or "d" sound.
EX. Dis (for this); dat (for that); souf (for south).

흑인영어 사용자들은 th 발음을 중산층 백인들처럼 하지 않는다. 그대신 이와 유사한 다른 발음으로 바꿔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위의 예들처럼 f나 d로 발음한다. 그래서 예를 들면 both도 bof로 발음하는 것이다. 위의 예중에서 dis는 this의 뜻을 담기도 하지만 disrespect(경멸하거나 깔보다)의 약어로 사용되기도 한다. 즉 "don't be dissing me" 라고 하면 "날 깔보지 말라"는 뜻이다.

이상 간단하게 흑인영어의 몇 가지 규칙들을 살펴보았다. 이것은 흑인처럼 영어를 사용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적은 것으로 약간의 과장을 담고 있다. 그리고 또한 중요한 것은 북미에 거주하는 모든 흑인이 흑인영어를 사용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흑인들 중에도 돈을 잘 벌고 품위있는 사람들은 백인들보다 더욱 우아한 영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위에서 설명한 흑인영어는 보통 미국 남부에 거주하다가 공업화와 함께 대도시의 게토(ghetto)로 이주해서 가난하고 힘들게 살아가는 흑인들에 의해 주로 사용되었다.

그런데 90년대 이후 힙합 문화가 부상하면서 흑인들을 비롯해 심지어 백인 청소년들까지 흑인영어를 흉내내는 현상이 생겼다. 백인 청소년들은 흑인처럼 말하는 것을 멋있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이는 주로 흑인 랩퍼들이 사용하는 단어들과 억양을 그대로 흉내내려는 심리에서 비롯된 것으로서 미국 음악방송인 MTV에서는 힙합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백인들을 위한 흑인영어 강좌가 방영되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 흑인영어를 배우는 것이 한국인에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사실 이에 대한 답은 간단치 않다. 다만 중산층 백인 영어(또는 문법 중심의 비즈니스 영어)가 영어의 전부는 아니고, 이보다 역동적이고 재미있는 영어도 있다는 것을 안다면 그것으로도 의미는 있다고 할 수 있다. 더욱이 한국인들이 골치아파하는 각종 문법 규칙들을 흑인영어는 반드시 지킬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이것은 문법을 틀리지 말아야 한다는 심리적 제약 때문에 말 한마디 제대로 못하는 한국인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다. 즉 한국인들이 교과서에서 배우고 외운 문법을 사실 미국 본토의 많은 흑인들은 제대로 지키지도 않는 것이다.

또한 발음하기 힘든 단어들의 경우 흑인들은 더 쉬운 발음으로 멋대로 바꿔버리기도 한다. 한국인들도 흑인의 이 자유로운 태도에서 뭔가 배울 점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비즈니스 세계에서 푸른 눈의 바이어와 물품 구매 상담이나 정부 대표로 외교관 행세를 하지 않을 생각이라면 반드시 중산층 백인 영어를 고집할 필요가 없다. 어차피 언어는 다양하고 흑인들은 자신들의 상황에 맞게 언어마저 변화시키는 역동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니 말이다.

흑인영어에 대한 보다 자세한 내용은
조약골의 흑인영어 강좌를 참고하기 바란다. 흑인배우들이 주연으로 나오는 영화와 흑인 랩퍼들의 가사를 좀더 쉽게 이해하는데 흑인영어가 도움이 될 것이다.


1. 아름다운 게토



'Ebonics' 부분을 보자. 흑인영어가 중산층 백인 영어와 얼마나 다른가를 확연하게 보여준다. 첫부분에는 흑인영어가 나오고 바로 이어서 이것을 중산층 백인 영어로 해석한 부분이 나온다. 흑인영어에서 사용되는 각종 속어와 특수 표기법 등을 백인 영어와 비교해보면서 살펴보자.


2. 흑인영어를 소재로 삼은 각종 농담들이 펼쳐진다!


두 번째 부분인 'Ebonics Homework Assignment' 부분을 클릭해보자. 이것은 흑인영어 판 덩달이 시리즈라고 할 만하다. 미국 캘리포니아 오클랜드 지역의 학교에 다니는 흑인 학생에게 작문 숙제를 냈더니 그 학생이 흑인영어로 받아들여 엉뚱한 숙제를 해온다는 내용이다. 몇 개를 검토해보자.

Hormone... If you be hung, you can really make a hormone.
즉 선생님이 작문 숙제로 내준 단어는 'hormone'이다. 그런데 흑인 덩달이가 해온 답은 뭔가. 백인 영어로 고쳐보면 "If you are hung, you can really make a whore moan."이다. 흑인영어에서는 여성들을 비하해서 'whore'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은 흑인영어가 가진 가장 나쁜 점 중 하나라고 말할 수 있다. 하여간 "목을 매단다면 여자를 울먹이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는 뜻이다.

Dictate... I axed the ho, "How my dictate? "
이번 숙제는 'dictate'다. 답은 역시 가관이다. How my dictate… 이게 도무지 무슨 뜻인가? 문장 전체를 자세히 읽어보자. 알기 쉽게 중산층 백인 영어로 번역하면 다음과 같다. I asked the whore, "how does my dick taste?" 자신의 penis 맛을 본 여자에게 맛이 어떠냐고 묻는 것이다.
3. 각종 멀티미디어 파일을 보유한 최고의 흑인영어 사이트


여긴 각종 오디오와 비디오 파일들이 있다. 크기도 얼마 되지 않으니 모두 다운로드받아서 들어보자. 흑인영어에 대해 통쾌하고 간결한 예들을 들어 설명하고 있다. 흑인영어의 재치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친구들에게 영어로 이메일을 보낼 때 이곳에 있는 Ebono-Mailer를 사용하기를 권장한다. 일반 표준 영어가 흑인영어로 바뀌어 전달될 것이다. 비슷한 기능을 가진 흑인영어 번역기도 있다. 아무 영어 문장이나 넣어보면 흑인영어 스타일로 번역되어 나온다. 이밖에도 괜찮은 링크 사이트들도 있다.









4. 중국어일까, 흑인영어일까?
이곳도 역시 덩달이 작문 숙제 비슷한 내용들이 많다. 이것들은 모두 하나같이 재치가 번득이는 예문들인데, 이를 통해 흑인영어에 보다 쉽게 다가갈 수 있음은 물론이다. 특이 이 사이트는 중국어인지 흑인영어인지 구별하기 힘든 문장들을 나열한 'phattonese' 페이지가 압권이다. 팻토니즈란 흑인영어에서 아주 훌륭하고 근사하다는 의미로 자주 사용되는 phat이라는 단어와 중국어를 지칭하는 말인 Chinese(또는 광동어 Cantonese)를 결합한 신조어다. 몇 가지 정말 재미있는 표현들을 살펴보자.

'Pen Ne Harda Wei'가 무슨 뜻일까. 이게 진짜 흑인영어일까? 중국어 아닐까? 이것은 미국 NBA 소속의 프로 농구 선수 페니 하더웨이를 마치 중국어처럼 보이기 위해 쓴 것이다. 'Sum Wun Shood Be Wuk En Hada'는 또 뭘까. 이것은 Some on-e should be working harder를 중국어처럼 보이게 쓴 것이다. 재밌다. 하나만 더 보자. 'Hu Yu Hai Ding' 이건 정말 중국어같다. 나도 처음엔 이게 뭘까 한참 봤다. 하지만 결국 중산층 백인 영어로 바꿔보면 Who are you hiding?(누굴 숨겨놓고 있니?)이고, 흑인영어에서는 be 동사가 생략되기 때문에 이와 같은 표현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누가 만들었는지 몰라도 참 재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