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효의 Q-English]영화속의 절묘한 걸작 두운들 | ||
입력: 2008년 04월 30일 14:43:00 | ||
두운법은 영화에 나온 예문들만 가지고도 책을 한 권 따로 엮고 남을 만큼 흔하게 동원되는 기법이므로, 복습 삼아 조금만 더 익혀보기로 하자. 그리고 “the ballet of blows begins(주먹질의 발레가 시작된다)”는 설명이 뒤따른다. 정관사와 전치사를 제외한 모든 단어가 b로 시작되는 두운이다. 이런 식으로 두운법은 책의 제목이나 광고문안 그리고 신문기사와 사진설명(caption)에서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 자주 사용되는데, 문장을 구성하는 단어들 가운데 상대적으로 비중이 무거운 명사, 동사, 형용사 그리고 부사의 순으로 머리글자를 우선적으로 맞추는 것이 보통이다. 좀더 지나면 채플린의 무성영화 제목도 소개되는데, Dough and Dynamite다. 이것은 우리말 번역 제목도 “돈과 다이너마이트”여서 두 단어가 모두 ㄷ(d)으로 시작되기는 하지만, 원칙적으로 우리말에서는 자음뿐 아니라 첫 글자 전체가 같아야 제대로 된 두운을 구성한다. ‘백악관 탈출(The President’s Analyst)’에서는 대통령 전속의(專屬醫) 윌 기어에게 ‘SS’가 무엇의 약자냐고 제임스 코번이 묻자 정보부 간부가 “Security and safety”라고 설명한다. “안보와 안전”이라는 뜻인데, 이런 경우에는 절묘하게도 우리말 번역에서 두운을 살려낼 수가 있다. 우리나라가 아니라 외국에서 영어로 발간하는 신문이나 잡지를 눈여겨보면 기사의 제목에서 두운을 수없이 만나게 된다. 그리고 아마도 영화에 등장한 신문기사의 제목 가운데 절묘한 두운의 최고 걸작은 성탄절 고전영화인 ‘34번가의 기적(Miracle on 34th Street, 1947년 판)’에 등장하지 않나 싶다. 자기가 산타클로스라고 주장하는 노인 에드먼드 궨이 정신이상자로 몰려 재판소로 끌려가게 되자 이런 신문기사의 제목이 화면에 소개된다. Kris Kringle Krazy? Kourt Kase Koming “Kalamity!” Kry Kiddies 한 단어도 빼놓지 않고 모두 k로 시작되는 이 제목에서 크리스 크링글(Kris Kringle)은 “아기 예수”를 뜻하는 단어 Christkindle(in)로부터 유래하는 산타클로스의 독일 이름(Kriss K.)의 영어식 표기다. 위 제목에서는 K로 두운이 맞는 주인공의 이름 크리스 크링글의 KK에 맞춰 c로 시작되는 다른 단어들의 철자도 닥치는 대로 모두 c와 발음이 같은 k로 바꿔 놓았는데, 장난을 치지 않고 올바르게 쓰면 이런 말이다. “Kris Kringle Crazy?(크리스 크링글이 미쳤다고?) Court Case Coming(법정에서 가려질 문제) ‘Calamity!’ Cry Kiddies(‘큰일났다!’고 아이들 아우성).” calamity는 ‘재앙’이라는 말이고, kiddies는 kid(아이)의 구어체 kiddie(또는 kiddy)를 복수형으로 만든 단어다. 법정에서 산타클로스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결이 나면 아이들에게는 그보다 더 기막힌 재앙이 없겠다. 마지막 문장에서 “아이들 아우성”은 물론 미약하나마 우리말 번역에서도 두운법을 살려놓은 꼴이다. 필자가 대표적인 멍청영화 가운데 하나로 꼽는 ‘특공 그린 베레(The Green Berets)’에서까지도 두운의 묘기는 나타난다. 전사한 영웅의 이름을 붙여놓은 갖가지 시설물에 과다한 관심을 보이는 프로보 병장은 자신이 죽고 나면 어느 건물이라도 좋으니 자신의 이름을 붙여줬으면 좋겠다고 존 웨인 중령에게 신신당부한다. 그리고 프로보가 전사하자 화장실에 이런 간판이 나붙는다. Provo Privy Named in Honor of Albert C. Provo, Sergeant Infantry GREEN BERET. “그린 베레 보병 앨버트 C. 프로보 병장을 기리기 위해 프로보 화장실이라고 명명했음”이라는 뜻이다. 이 대목에서 존 웨인의 대사를 텔레비전에서는 “게다가 운이 맞네”라고 우리말로 번역했는데, 영어를 잘 모르는 일반 관객이라면 도대체 “운이 맞는다”는 말이 왜 나오는지 이해를 못한다. 번역문 어디를 찾아봐도 시적인 ‘운’이 눈에 띄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두운도 광범위한 의미에서 ‘운(韻, rhyme, rime)’에 속하기는 하지만, 영어의 운은 머리를 맞추는 두운(頭韻)이 아니라 꼬리가 같거나 유사한 미운(尾韻)을 뜻한다. 초등학교나 중학교에서 영어선생님이 즐겨 인용하는 “East or West, Home Is Best(어디를 가 봐도 자기집만한 곳은 없다)”에서처럼 말이다. 어쨌거나 번역대사에서는 Provo Privy의 두운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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